개요
제목 : 22년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 성과조사 및 분석
연구진: 우성희, 백희원, 김이경, 황바람, 김미소
기간: 2022년 9월 - 11월
배경과 목적
청년 여성은 귀농‧귀촌에서 소수자적 주체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높다. 현재의 귀촌 통계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전체 귀촌인 중 30대 이하 여성은 전체 귀촌인의 20-25%로 매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귀농어·귀촌인통계」, 통계청,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2013-2021). 이처럼 청년 여성은 귀촌의 중심 주체라 할 수 있다.
귀촌에 대한 청년 여성의 관심이 높지만 농업 중심의 농촌 산업 구조, 가부장적 문화, 생활 인프라 부재 등 다면적 요인으로 청년 여성이 농업과 농촌에 진입하고 정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귀농과 귀촌의 과정과 정착 이후의 경험은 여성과 남성이 매우 다른 것으로 보고되는데 이에 따라 ‘귀농․귀촌의 성별성’은 귀농․귀촌 및 농업․농촌 정책과 연구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최근 농촌 고령화와 소위 ‘지방 소멸’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청년층을 농업․농촌 및 지역으로 유입하려는 정책과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에게 지방과 농촌, 농업을 소개하는 탐색적 프로그램도 다수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청년 중에서도 여성 주체가 운영하거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남성 대표자나 강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귀농‧귀촌 교육에서 여성 청년은 자신의 농촌 살이의 참고가 될 만한 농촌 여성을 만나기 어렵다. 귀촌에서 관계는 중요한 자원이지만 남성 대표자 중심의 네트워크에 여성 청년이 접속하여 정착에 필요한 정보나 조력을 얻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처럼 기존의 귀농‧귀촌 정책과 사업이 여성 청년의 수요와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여성 청년이 농촌의 여성 정착자 그룹과 교류하며 농업과 농촌에 관심을 갖고 관계망 자원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인 ‘22 청년여성농업‧농촌 탐색교육(대외 사업명 ‘시골언니 프로젝트’)사업을 새롭게 기획 운영하였다.
- 농업·농촌살이에 관심이 있으며, 농촌지역의 삶·일 경험에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하는 만 19세~39세 이하 청년 여성 240명을 사업 대상으로
기관별로 15명씩 2기로 구분하여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상정(8개 지역*2기*15명=240명)하여
- 사업의 취지(일회성 프로그램 운영보다는 '관계 맺기'에 초점)를 반영한 사업계획을 제출한 8개 지역 현장운영기관을 공모 심사 방식으로 선발하여 운영
시범 사업으로 운영되는 본 사업의 성과와 개선 방안, 운영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향후 청년 여성 귀농‧귀촌 프로그램 뿐 아니라 여성 청년의 농촌 이주 정착 지원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연구 현장: 프로그램을 운영한 8개 지역 현장 참여자와 운영주체들
조사 내용
프로그램 참여자 대상 사업 성과 설문조사
프로그램 참여자 인터뷰
교육현장 관찰 및 운영자 인터뷰
현장 운영기관 운영자 간담회(FGI)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 유사 사업 조사
분석 및 개선 방안 제언
조사 결과
1. 사업의 특징
가. 도시 청년과 시골언니의 상호적 관계 형성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사업 첫해부터 보여 준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상호적 관계’다. 참가자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84.3%가 ‘시골언니와의 유대감 및 추후 연락할 수 있는 시골의 관계 형성’을 프로그램 참여의 가장 큰 성취로 꼽았으며, 현장운영기관 사례조사에서 이뤄진 심층 면담에서도 시골언니와 참여자 양 쪽 모두로부터 상호성에 대한 에피소드가 반복되어 언급되었다.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사업 운영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고, 8개 지역에서 각 현장운영기관의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실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역에서 시골언니와 도시 청년 참여자들 간에 유사한 상호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는 창업 및 일자리 교육과 정보전달 중심의 기존 귀농‧귀촌교육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프로그램을 통한 성취 (복수응답, 총 응답자 174명 대비 선택 비율)
연구참여자들은 이 사업에서 운영자와 참여자의 관계를 설명할 때 ‘돌봄’과 ‘환대’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도시 청년 참여자들은 시골언니 운영자가 자신의 사적인 시간이나 공간을 참여자들을 위해 내어주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데서 환대받고 있다고 느꼈다. 또한 운영진들이 사전에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보내거나, 젠더 관점이 적용된 약속문을 만드는 것을 보며 심리적 안전감을 느꼈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고 정보가 부족한 농촌 지역의 특성상 참여자들이 스스로 숙식과 이동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체류 기간동안의 생활을 운영진들에게 의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시골언니 운영진은 참여자들에게 단순 프로그램 진행자 이상으로 농촌에서 좋은 생활 경험을 만들어 준 고마운 존재였다.
시골언니 운영진이 참여자와의 관계가 특별히 친밀하고 상호적이라고 느낀 지점은 참여자들의 ‘주체성’과 ‘능동성’이 발휘될 때였다. 운영진들은 참여자들이 스스로 운동 프로그램이나 다큐 감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는 등 주체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활용하여 프로그램에 기여한 점을 인상적으로 꼽았다. 기존에 다른 사업을 통해 체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던 현장운영기관의 운영진들은 이러한 참여자들의 능동성을 시골언니 프로젝트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꼽았다. 식사 후 뒷정리 과정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프로그램 운영을 돕는 분위기 역시 시골언니 프로그램만의 특징이었는데, 운영진들은 참여자의 성별이 여성으로만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돌봄과 배려의 문화가 형성된 배경이 참여자들이 여성임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전문 강사의 정제된 정보 전달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는 점 역시 이러한 상호적 관계의 주요 배경이다. 시골언니는 워크숍, 현장 방문, 강의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시골언니가 도시 청년에게 일방향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상호적 교류의 시간에 가까웠다. 시골언니들은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귀촌을 희망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내 삶의 장점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 또 농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며 경험하는 어려움은 서로 다른 입장과 처지로 만난 이들에게 유대감을 만들어주었다.
물론 이처럼 상호적인 관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골언니 운영진들이 참여자와의 관계 맺기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순간은 여러 지역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가진 참여자가 지역 간 비교를 하거나, 현장 운영기관에 숙식과 관련하여 개인적인 편의를 봐주기를 요구하는 순간이었다. 운영진들은 이런 순간에 평가적인 시선에 노출되며 “대상화” 되는 것 같은 불쾌함을 느꼈으며, 참여자들이 “소비자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인식했다. “대상화”와 “소비자적인 태도”라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프로그램에서 시골언니와 참여자 사이에 상호적이고 지속적인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을 드러낸다. 시골언니 운영진들과 도시 청년 참여자들은 공공 예산이 민간의 총괄운영기관을 통해 현장 운영기관에 전달되며 만들어진 공적인 시공간에서 관계를 맺었다. 상품가치에 응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체험을 “소비”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참여비가 무료에 가까운 정부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위계적 관계보다 상호적이고 수평적인 관계가 설정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업 구조 위에서 참여자는 운영진이 마련한 프로그램을 양질의 서비스가 아닌 돌봄과 관심, 환대로 해석할 수 있었고, 능동적으로 상호적인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었다.
상호적 관계에 영향을 준 또다른 특징은 현장운영기관과 참여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여성으로서의 당사자성이다. 참여자들보다 앞서 농촌으로 이주한 여성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여성 당사자로서 운영진들의 고민이 반영되었고, 운영진의 이주 연차 및 세대, 지역의 이주 기반에 따라 여성으로 지역에서 살아가면서 하는 상이한 고민과 경험들이 프로그램에 담겼다. 이러한 특징은 현장운영기관과 참여자들이 서로 유사한 입장에서 공감과 유대감을 나눔으로써, 참여자들이 능동적으로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나. 농촌 여성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시골언니 프로그램은 특정 군 및 시 단위 지역별로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프로그램의 내용과 공간 범위는 해당 시군구 범위를 포괄하기보다는 전적으로 현장운영기관 시골언니 개인들의 삶과 관계망에 따른 범위에서 진행되었다. 일례로 강릉 시골언니의 경우 강릉시 전체의 일반적인 특징보다 현장운영기관인 생태전환마을 내일 협동조합의 생태적 삶에 대한 고민, 퍼머컬쳐 활동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총괄운영기관 역시 현장운영기관 담당자인 시골언니를 인터뷰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등 구체적인 사람과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어 시골언니 사업을 홍보하였다. 이는 특정 지역을 특정 ‘아이템’과 산업적으로 연계하여 ‘로컬’이라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브랜딩하는 방식의 지역 활성화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귀촌인의 삶에 초점이 맞춰진 5박 6일 프로그램 안에서 도시 청년 참여자들은 먼저 귀촌하여 살고 있는 다른 여성들의 삶을 발표 및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거나, 그들의 일과 삶의 터전을 방문하여 직접 느껴보고, 이를 다시 운영진이나 동료 참가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기 삶의 전망에 반영함으로써 프로그램 참여하기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시골살이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예컨대 사업 참여 이전에는 농촌은 조용하고 평화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집값이 저렴하므로 도시보다 주거를 해결하기 수월하리라 생각했지만 농촌 지역에도 다양한 역동성이 존재하며, 주거와 관련해 도시와는 다른 제도적, 문화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1인가구로써 귀촌하여 사는 시골언니, 농사를 짓지 않고 귀촌하여 사는 시골언니, 남편과 함께 귀촌한 시골언니 등 다양한 시골언니들과 고유하고 개별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진짜 시골의 삶’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참여자 설문조사 결과 역시 귀농‧귀촌탐색기 청년 여성들에게 ‘지역의 특징’보다 귀촌해서 살고 있는 구체적인 사람과의 만남이 소구력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이 참여했던 지역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이주 관심이 있는 지역이어서”를 꼽은 참여자는 9.15%인데 비해 “해당 지역 사람에 대한 관심”과 “해당 지역 프로그램의 내용”은 각각 41.8%와 73.9%으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귀농 귀촌을 희망하는 탐색기 청년들이 농사기술, 지역 청년 창업 지원 등 도구화 된 귀농‧귀촌교육을 선택하기 이전에, 아직 미지의 영역인 귀촌 이후의 삶을 상호적 관계를 통해 경험함으로써 자신이 지향하는 귀촌 이후의 삶 전반에 대한 방향성과 관점을 꾸릴 기회가 공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다. 귀농‧귀촌의 주체로 호명된 여성들의 연대
연구참여자들은 시골언니 프로젝트 소개를 봤을 때 “딱 나 같은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을 받아 사업 공모에 참여하거나, 지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지역에 선이주한 농촌 여성과 귀촌 의향이 있지만 마땅히 농촌을 탐색할 계기가 없었던 청년 여성들을 호명했다. 참여자들을 여성으로 제한하면서 농촌 여성들이 사업주체로 발굴되고 가시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귀농‧귀촌정보로부터 배제되어 있던 청년 여성들 중 잠재적 귀촌희망자들을 한 데 모아내었다.
여성이 농촌 사회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은 안전과 주거, 지역의 역할기대와 관계 전반을 아우르는 사적인 문제들을 포함한다. 이는 일반화 되거나 공적으로 이야기 하기 어려운 경험들이며, 개인적인 대안을 요구한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표준화된 프로그램보다는 농촌 여성과 도시 청년 여성 간의 만남과 관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런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공간을 구축했다. 시골언니와 도시 청년들은 각자 다른 상황에 놓여있지만 도시에서 자립하거나, 시골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에 대해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별에 기인한 대상화나 차별의 경험이 지역을 불문하고 편재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서 발견되었던 시골 여성과 도시 여성, 도시 여성들 간의 성차별과 성폭력의 경험과 대처하는 실용적인 해결법 공유는 이런 점을 잘 반영하는 장면이었다.
이는 또한 귀농‧귀촌 여성 당사자들 간의 상호지지적 연결이 가능하며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골언니 프로젝트에서는 시골언니와 도시 청년 간의 상호적 관계뿐 아니라 현장운영기관들 간의 네트워킹과 동기수 참여자들 간의 교류 등 다양한 층위에서 여성들 간의 연결이 이루어졌다. 여성으로서 겪는 삶이 특징은 도시 청년과 다른 농촌 공간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내용이 존재하며, 이는 프로그램을 통한 발화를 포함하여 지역 간 연대 및 공론화라는 이 사업의 여러 장면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도시 청년 여성 – 농촌 여성의 연결, 그리고 농촌 여성 간 연결은 사업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상호 교류 및 협력이라는 일차적인 목적 수행활동에 집중었는데, 공모사업을 운영하는 현장운영기관 간의 노하우 공유를 넘어서는 공론화, 네트워킹, 공동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골언니 오픈채팅방’은 프로그램 참여자와 현장 운영기관 뿐 아니라 공모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지역 여성 주체들과 농촌에 관심있는 도시 청년 여성들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귀농 귀촌과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이나 지원사업 정보 뿐 아니라, 각자가 살아가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일과 생활(예를 들어 새벽 농장의 풍경)이나 청년 여성이 공감하는 사안(여성 관련 서적, 뉴스 기사 등)에 대한 정보까지 폭넓게 교류되었다. 이를 통해 시골에 관심있는 청년 여성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형성되는 공동체적 욕구가 있으며, 이미 시골에 정착한 여성부터 이주를 고민하는 여성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귀농‧귀촌 뿐 아니라 농촌 지원 정책 전반에 성인지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존 귀농‧귀촌지원정책이 상정하는 주 정책 대상자는 은퇴한 남성 가구주이므로 그 밖의 주체들이 귀농‧귀촌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서론에서 밝혔듯이 30대 이하 청년 여성은 귀촌의 주요 주체이며 이번 청년여성 귀농‧귀촌탐색교육 사업을 통해 이들에게 소구하는 정보 및 관계형성 욕구를 확인하였다. 이는 청년 여성 외에도 다양한 생애주기와 젠더, 나이, 가족관계에 놓인 이들이 귀농‧귀촌교육의 주체로서 다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2. 사업 성과와 구조적 제약
가. 사업의 성과
1) 참여자의 만족과 변화
설문조사로 측정된 참여자 만족도, 추천 의향 등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보이는 등 참여자 만족도라는 성과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 간 활발한 정보 공유와 유대관계 형성되었고, 다른 세대의 여성과 긍정적인 교류를 하기도 하였으며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는 삶의 모델을 학습하고 확인하고, 일과 삶에 대한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이는 여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참여자 및 운영자들과의 유대 및 안정감, 농촌 여성의 삶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콘텐츠적인 부분, 그리고 시골언니 운영진(일상을 살아가는 시골언니의 환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2)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 증진 및 인식 전환
이 사업은 청년 여성의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 증진 및 인식 전환을 통해 농업·농촌 분야 진로선택 및 정착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귀촌을 탐색-이주-정착 등으로 단계 구분을 할 때, 이 사업은 탐색기 프로그램에 해당하며 사업 참여자가 사업으로 인해 직접 해당 지역으로 귀농‧귀촌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연구를 통해 이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를 확인하였다.

시골언니 프로젝트 경험 전/후 농촌 이미지 변화
설문조사를 통해 프로그램 참여 전 농촌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 정적인 것이었다면 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 동적인 것으로 변화하였음을 확인하였다. 프로그램 참여전에 비해 ‘다양한’, ‘새로운’, ‘친숙한’, ‘개방적인’, ‘안전한이라는 응답은 상향했고, ‘폐쇄적인’, ‘오래된’, ‘조용한’, ‘낯선’, ‘불편함’, ‘위험한’ 이미지는 하향했다. 프로그램 참여자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청년 여성들의 가장 큰 정서적 욕구는 ‘안전함’이었는데, 프로젝트를 운영한 현장운영기관 중심으로 해당 지역 여성들이 상호 지지적 공동체로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농촌에서도 지지적 관계망이 있다면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현장운영기관은 프로그램을 통해 농촌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고자 하였고 이러한 의도가 사업에 구현되어 참여자들의 농촌에 대한 이미지로 다양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농업에 종사하여야 하고 가족들의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농촌 여성이라는 박제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농촌에서 농업 외에도 다양한 직업과 도시와는 다른 관계 및 환경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농촌 여성의 삶을 목격함으로써 농촌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다. 이촌향도의 베이비부머 세대와 달리 농촌에 연고가 없는 지금의 도시 청년들은 농촌의 현재를 경험하기가 어려우며, 대중매체를 통해 농촌의 삶을 접하기가 어렵고 그 방식이 과거의 농촌에 매몰된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청년 여성이 대중 매체나 사적 관계를 통해 농촌에 접할 수 있는 계기가 적으므로, 관심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부담없이 그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공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의도가 유효했음을 사업 추진과 연구를 통해 확인하였다.
3) 귀촌 준비 및 의지 강화
시골언니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대부분 귀촌에 관심있는 도시 청년 여성들이 참여(사전 설문조사 92%가 귀촌에 관심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에 귀촌 의사의 사전 사후 변화 폭은 크지 않다.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종합할 때, 귀촌에 관심 있던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귀촌 탐색 과정에 돌입하거나, 귀촌 준비 의지를 갖게 되는 등 그 정도와 구체성에서 질적인 변화를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
참여자들은 농촌살이의 긍정 혹은 부정적이었더라도 몰랐던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발견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꼈다. 또한 이런 발견을 적극적으로 자기 삶에 접목시켜 새로운 일거리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구상을 할 때, 지역 탐색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기회를 만드는 참여자도 있었다.
4) 농촌 가치의 재발견과 농촌 여성의 자긍심 고취
한편 사업을 통해 도시-농촌 여성들 간의 지지적 관계가 형성되면서 시골 언니는 농촌에서 살아온 삶을 긍정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도시 청년은 농촌 살이에 필요한 공동체 문화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5) 농촌 여성들의 유대 및 역량 강화
현장운영기관은 사업을 통해 신사업을 개발하고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또한 운영자들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농촌 주민들이 지역과 자신의 삶을 재발견하고 자긍심을 가졌으며, 강사와 운영진으로 참여한 지역의 여성 인재가 발굴되고 역량이 강화되었다. 또한 사업 참여를 계기로 흩어져있던 지역 청년, 여성들 간 향후 사업을 도모할 수 있을 정도의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과거에는 사적 관계였다면 사업 참여를 통해 공적인 관계로 전환한 곳도 있었다. 또한 이러한 과정과 성과를 통해 지역사회에 단체와 여성 청년의 위상이 강화되었다. 여성 청년들의 활동이 정부 사업에 채택되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외부의 손님들이 지역을 찾음으로써 지역사회에 농촌 여성 주체의 위상이 제고되었다.
사업 참여를 계기로 현장운영기관과 해당 지역사회에 대한 홍보물, 언론 기사, 후기 등 자료 기록이 다방면으로 발신되었다. 또한 유사한 고민과 상황의 타 지역 현장운영기관과 교류의 물꼬를 틔웠다. 사업 과정에서 발주기관과 토론, 언론 인터뷰, 연구 등을 통해 농촌 청년 여성의 삶이 조명되고 이슈화 되는 공론화 되었다.
나. 구조적 한계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이러한 성과는 사업의 구조적 제약과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현재 시골언니 프로젝트에는 이를 촉진하는 특징도, 이와 모순되는 특징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업 현장의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큰 제약은 사업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기존의 귀농‧귀촌교육 사업 일환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기획되어 귀농‧귀촌교육사업을 집행하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을 통해 실행되었다. 이로인해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기획의도와 기존 귀농‧귀촌교육의 목표 사이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빈틈들이 존재했다. 기존 귀농‧귀촌교육은 전문 강사가 귀농‧귀촌과 관련된 표준화된 내용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교육 참여자 수와 교육 이수 시간과 같은 정량적 성과를 중심으로 관리된다. 하지만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경우 앞서 언급한 성과가 현장에서 발견될 수 있었던 데에는 전문 강사가 아니라 실제 시골에 사는 여성들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고, 참여자들과 수강생과 강사 간의 관계가 아니라 감정적 유대를 나누는 수평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장운영기관들이 성과목표에 맞춰 무리하게 다인원 참여자를 수용하거나 실제 시골의 삶과는 거리가 멀어도 학위나 경력을 중심으로 강사를 섭외할 경우 오히려 시골언니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인 ‘관계’가 해쳐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사업 진행 전반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총괄운영기관이 소통 및 사업 전반의 지원을 담당했지만 사업비 집행 및 정산, 사업 결과보고와 같은 행정적인 프로세스는 각 지역 현장운영기관들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개별적으로 소통하며 진행해야 했던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현장운영기관들이 사업 진행 과정에서 두 주체와 따로 소통해야 했다. 또한 시범사업으로써 예측하지 못했던 필요에 대응하며 사업지침이 중간에 바뀌거나, 프로그램의 틀이 변경되는 일도 있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현장운영기관 담당자들이 별도의 생업을 병행하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기에 이는 사업 진행 상에 큰 부담이 되었다.
다음으로 지역 현장에서의 인프라의 제약이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이주한 청년들이 주축이 된 현장 지역의 경우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숙소 문제 등을 해소할 지역 관계 자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경험해야 했던 에피소드가 여러 지역에서 드러났다. 귀촌하여 자리잡고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중장년층이 실행주체로 나서거나 적어도 지역 귀촌 청년들과 연결되어있는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런 어려움이 덜했지만, 많은 현장운영기관이 자체 운영하는 숙박 시설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과 숙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들이 역량을 발휘해 사적인 공간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구조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참여자들이 단기 체류 다음 단계의 귀농‧귀촌 체류를 원할 경우 연계할 자원이 해당 지자체가 귀농‧귀촌지원 정책을 가지고 있을 때 참여자들 중 시골언니 이후 다음 단계 프로그램이 연계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몇몇 예외적인 사례에 그쳤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청년 여성이 체류할 수 있을만한 귀촌 자원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농촌 지역 여성 주체를 발굴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었다. 기존 귀농‧귀촌지원 과정에서 여성들은 비가시화 된 돌봄과 관계적 지원을 담당했으나 공적 영역에 주체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운영 주체도 참여자도 여성으로 제한된 사업이 진행됨으로써 여성들이 주체로 드러나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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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제목 : 22년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 성과조사 및 분석
연구진: 우성희, 백희원, 김이경, 황바람, 김미소
기간: 2022년 9월 - 11월
배경과 목적
청년 여성은 귀농‧귀촌에서 소수자적 주체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높다. 현재의 귀촌 통계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전체 귀촌인 중 30대 이하 여성은 전체 귀촌인의 20-25%로 매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귀농어·귀촌인통계」, 통계청,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2013-2021). 이처럼 청년 여성은 귀촌의 중심 주체라 할 수 있다.
귀촌에 대한 청년 여성의 관심이 높지만 농업 중심의 농촌 산업 구조, 가부장적 문화, 생활 인프라 부재 등 다면적 요인으로 청년 여성이 농업과 농촌에 진입하고 정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귀농과 귀촌의 과정과 정착 이후의 경험은 여성과 남성이 매우 다른 것으로 보고되는데 이에 따라 ‘귀농․귀촌의 성별성’은 귀농․귀촌 및 농업․농촌 정책과 연구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최근 농촌 고령화와 소위 ‘지방 소멸’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청년층을 농업․농촌 및 지역으로 유입하려는 정책과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에게 지방과 농촌, 농업을 소개하는 탐색적 프로그램도 다수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청년 중에서도 여성 주체가 운영하거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남성 대표자나 강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귀농‧귀촌 교육에서 여성 청년은 자신의 농촌 살이의 참고가 될 만한 농촌 여성을 만나기 어렵다. 귀촌에서 관계는 중요한 자원이지만 남성 대표자 중심의 네트워크에 여성 청년이 접속하여 정착에 필요한 정보나 조력을 얻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처럼 기존의 귀농‧귀촌 정책과 사업이 여성 청년의 수요와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여성 청년이 농촌의 여성 정착자 그룹과 교류하며 농업과 농촌에 관심을 갖고 관계망 자원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인 ‘22 청년여성농업‧농촌 탐색교육(대외 사업명 ‘시골언니 프로젝트’)사업을 새롭게 기획 운영하였다.
기관별로 15명씩 2기로 구분하여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상정(8개 지역*2기*15명=240명)하여
시범 사업으로 운영되는 본 사업의 성과와 개선 방안, 운영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향후 청년 여성 귀농‧귀촌 프로그램 뿐 아니라 여성 청년의 농촌 이주 정착 지원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연구 현장: 프로그램을 운영한 8개 지역 현장 참여자와 운영주체들
협동조합 청풍 (인천광역시 강화군) : 체인지, 라이프스타일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울산광역시 울주군) : 농촌에서 2주, 나의 해방일지
생태전환마을 내일 협동조합 (강원도 강릉시) : 새삶스런 강릉살이_삶디자인학교+살리는 여행
청년마을(주)‧덕산누리협동조합 (충북 제천시) : 농촌은 잘 모르지만, 살아보고는 싶어
고래실 (충북 옥천군) : 여성로컬미디어주간
자연에서찾은행복‧충남청년농부영농조합법인 (충남 서천군) : 시골 아만보(ft.서천언니들)
사단법인 10년 후 순창 (전북 순창군) : 언니들과 함께하는 일주일
청년이그린협동조합 (경북 상주시) : 시골언니와 함께하는 자급자족 시골라이프 체험
조사 내용
프로그램 참여자 대상 사업 성과 설문조사
프로그램 참여자 인터뷰
교육현장 관찰 및 운영자 인터뷰
현장 운영기관 운영자 간담회(FGI)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 유사 사업 조사
분석 및 개선 방안 제언
조사 결과
1. 사업의 특징
가. 도시 청년과 시골언니의 상호적 관계 형성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사업 첫해부터 보여 준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상호적 관계’다. 참가자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84.3%가 ‘시골언니와의 유대감 및 추후 연락할 수 있는 시골의 관계 형성’을 프로그램 참여의 가장 큰 성취로 꼽았으며, 현장운영기관 사례조사에서 이뤄진 심층 면담에서도 시골언니와 참여자 양 쪽 모두로부터 상호성에 대한 에피소드가 반복되어 언급되었다.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사업 운영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고, 8개 지역에서 각 현장운영기관의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실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역에서 시골언니와 도시 청년 참여자들 간에 유사한 상호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는 창업 및 일자리 교육과 정보전달 중심의 기존 귀농‧귀촌교육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프로그램을 통한 성취 (복수응답, 총 응답자 174명 대비 선택 비율)
연구참여자들은 이 사업에서 운영자와 참여자의 관계를 설명할 때 ‘돌봄’과 ‘환대’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도시 청년 참여자들은 시골언니 운영자가 자신의 사적인 시간이나 공간을 참여자들을 위해 내어주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데서 환대받고 있다고 느꼈다. 또한 운영진들이 사전에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보내거나, 젠더 관점이 적용된 약속문을 만드는 것을 보며 심리적 안전감을 느꼈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고 정보가 부족한 농촌 지역의 특성상 참여자들이 스스로 숙식과 이동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체류 기간동안의 생활을 운영진들에게 의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시골언니 운영진은 참여자들에게 단순 프로그램 진행자 이상으로 농촌에서 좋은 생활 경험을 만들어 준 고마운 존재였다.
시골언니 운영진이 참여자와의 관계가 특별히 친밀하고 상호적이라고 느낀 지점은 참여자들의 ‘주체성’과 ‘능동성’이 발휘될 때였다. 운영진들은 참여자들이 스스로 운동 프로그램이나 다큐 감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는 등 주체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활용하여 프로그램에 기여한 점을 인상적으로 꼽았다. 기존에 다른 사업을 통해 체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던 현장운영기관의 운영진들은 이러한 참여자들의 능동성을 시골언니 프로젝트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꼽았다. 식사 후 뒷정리 과정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프로그램 운영을 돕는 분위기 역시 시골언니 프로그램만의 특징이었는데, 운영진들은 참여자의 성별이 여성으로만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돌봄과 배려의 문화가 형성된 배경이 참여자들이 여성임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전문 강사의 정제된 정보 전달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는 점 역시 이러한 상호적 관계의 주요 배경이다. 시골언니는 워크숍, 현장 방문, 강의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시골언니가 도시 청년에게 일방향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상호적 교류의 시간에 가까웠다. 시골언니들은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귀촌을 희망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내 삶의 장점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 또 농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며 경험하는 어려움은 서로 다른 입장과 처지로 만난 이들에게 유대감을 만들어주었다.
물론 이처럼 상호적인 관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골언니 운영진들이 참여자와의 관계 맺기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순간은 여러 지역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가진 참여자가 지역 간 비교를 하거나, 현장 운영기관에 숙식과 관련하여 개인적인 편의를 봐주기를 요구하는 순간이었다. 운영진들은 이런 순간에 평가적인 시선에 노출되며 “대상화” 되는 것 같은 불쾌함을 느꼈으며, 참여자들이 “소비자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인식했다. “대상화”와 “소비자적인 태도”라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프로그램에서 시골언니와 참여자 사이에 상호적이고 지속적인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을 드러낸다. 시골언니 운영진들과 도시 청년 참여자들은 공공 예산이 민간의 총괄운영기관을 통해 현장 운영기관에 전달되며 만들어진 공적인 시공간에서 관계를 맺었다. 상품가치에 응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체험을 “소비”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참여비가 무료에 가까운 정부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위계적 관계보다 상호적이고 수평적인 관계가 설정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업 구조 위에서 참여자는 운영진이 마련한 프로그램을 양질의 서비스가 아닌 돌봄과 관심, 환대로 해석할 수 있었고, 능동적으로 상호적인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었다.
상호적 관계에 영향을 준 또다른 특징은 현장운영기관과 참여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여성으로서의 당사자성이다. 참여자들보다 앞서 농촌으로 이주한 여성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여성 당사자로서 운영진들의 고민이 반영되었고, 운영진의 이주 연차 및 세대, 지역의 이주 기반에 따라 여성으로 지역에서 살아가면서 하는 상이한 고민과 경험들이 프로그램에 담겼다. 이러한 특징은 현장운영기관과 참여자들이 서로 유사한 입장에서 공감과 유대감을 나눔으로써, 참여자들이 능동적으로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나. 농촌 여성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시골언니 프로그램은 특정 군 및 시 단위 지역별로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프로그램의 내용과 공간 범위는 해당 시군구 범위를 포괄하기보다는 전적으로 현장운영기관 시골언니 개인들의 삶과 관계망에 따른 범위에서 진행되었다. 일례로 강릉 시골언니의 경우 강릉시 전체의 일반적인 특징보다 현장운영기관인 생태전환마을 내일 협동조합의 생태적 삶에 대한 고민, 퍼머컬쳐 활동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총괄운영기관 역시 현장운영기관 담당자인 시골언니를 인터뷰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등 구체적인 사람과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어 시골언니 사업을 홍보하였다. 이는 특정 지역을 특정 ‘아이템’과 산업적으로 연계하여 ‘로컬’이라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브랜딩하는 방식의 지역 활성화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귀촌인의 삶에 초점이 맞춰진 5박 6일 프로그램 안에서 도시 청년 참여자들은 먼저 귀촌하여 살고 있는 다른 여성들의 삶을 발표 및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거나, 그들의 일과 삶의 터전을 방문하여 직접 느껴보고, 이를 다시 운영진이나 동료 참가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기 삶의 전망에 반영함으로써 프로그램 참여하기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시골살이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예컨대 사업 참여 이전에는 농촌은 조용하고 평화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집값이 저렴하므로 도시보다 주거를 해결하기 수월하리라 생각했지만 농촌 지역에도 다양한 역동성이 존재하며, 주거와 관련해 도시와는 다른 제도적, 문화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1인가구로써 귀촌하여 사는 시골언니, 농사를 짓지 않고 귀촌하여 사는 시골언니, 남편과 함께 귀촌한 시골언니 등 다양한 시골언니들과 고유하고 개별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진짜 시골의 삶’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참여자 설문조사 결과 역시 귀농‧귀촌탐색기 청년 여성들에게 ‘지역의 특징’보다 귀촌해서 살고 있는 구체적인 사람과의 만남이 소구력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이 참여했던 지역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이주 관심이 있는 지역이어서”를 꼽은 참여자는 9.15%인데 비해 “해당 지역 사람에 대한 관심”과 “해당 지역 프로그램의 내용”은 각각 41.8%와 73.9%으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귀농 귀촌을 희망하는 탐색기 청년들이 농사기술, 지역 청년 창업 지원 등 도구화 된 귀농‧귀촌교육을 선택하기 이전에, 아직 미지의 영역인 귀촌 이후의 삶을 상호적 관계를 통해 경험함으로써 자신이 지향하는 귀촌 이후의 삶 전반에 대한 방향성과 관점을 꾸릴 기회가 공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다. 귀농‧귀촌의 주체로 호명된 여성들의 연대
연구참여자들은 시골언니 프로젝트 소개를 봤을 때 “딱 나 같은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을 받아 사업 공모에 참여하거나, 지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지역에 선이주한 농촌 여성과 귀촌 의향이 있지만 마땅히 농촌을 탐색할 계기가 없었던 청년 여성들을 호명했다. 참여자들을 여성으로 제한하면서 농촌 여성들이 사업주체로 발굴되고 가시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귀농‧귀촌정보로부터 배제되어 있던 청년 여성들 중 잠재적 귀촌희망자들을 한 데 모아내었다.
여성이 농촌 사회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은 안전과 주거, 지역의 역할기대와 관계 전반을 아우르는 사적인 문제들을 포함한다. 이는 일반화 되거나 공적으로 이야기 하기 어려운 경험들이며, 개인적인 대안을 요구한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표준화된 프로그램보다는 농촌 여성과 도시 청년 여성 간의 만남과 관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런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공간을 구축했다. 시골언니와 도시 청년들은 각자 다른 상황에 놓여있지만 도시에서 자립하거나, 시골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에 대해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별에 기인한 대상화나 차별의 경험이 지역을 불문하고 편재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서 발견되었던 시골 여성과 도시 여성, 도시 여성들 간의 성차별과 성폭력의 경험과 대처하는 실용적인 해결법 공유는 이런 점을 잘 반영하는 장면이었다.
이는 또한 귀농‧귀촌 여성 당사자들 간의 상호지지적 연결이 가능하며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골언니 프로젝트에서는 시골언니와 도시 청년 간의 상호적 관계뿐 아니라 현장운영기관들 간의 네트워킹과 동기수 참여자들 간의 교류 등 다양한 층위에서 여성들 간의 연결이 이루어졌다. 여성으로서 겪는 삶이 특징은 도시 청년과 다른 농촌 공간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내용이 존재하며, 이는 프로그램을 통한 발화를 포함하여 지역 간 연대 및 공론화라는 이 사업의 여러 장면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도시 청년 여성 – 농촌 여성의 연결, 그리고 농촌 여성 간 연결은 사업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상호 교류 및 협력이라는 일차적인 목적 수행활동에 집중었는데, 공모사업을 운영하는 현장운영기관 간의 노하우 공유를 넘어서는 공론화, 네트워킹, 공동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골언니 오픈채팅방’은 프로그램 참여자와 현장 운영기관 뿐 아니라 공모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지역 여성 주체들과 농촌에 관심있는 도시 청년 여성들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귀농 귀촌과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이나 지원사업 정보 뿐 아니라, 각자가 살아가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일과 생활(예를 들어 새벽 농장의 풍경)이나 청년 여성이 공감하는 사안(여성 관련 서적, 뉴스 기사 등)에 대한 정보까지 폭넓게 교류되었다. 이를 통해 시골에 관심있는 청년 여성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형성되는 공동체적 욕구가 있으며, 이미 시골에 정착한 여성부터 이주를 고민하는 여성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귀농‧귀촌 뿐 아니라 농촌 지원 정책 전반에 성인지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존 귀농‧귀촌지원정책이 상정하는 주 정책 대상자는 은퇴한 남성 가구주이므로 그 밖의 주체들이 귀농‧귀촌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서론에서 밝혔듯이 30대 이하 청년 여성은 귀촌의 주요 주체이며 이번 청년여성 귀농‧귀촌탐색교육 사업을 통해 이들에게 소구하는 정보 및 관계형성 욕구를 확인하였다. 이는 청년 여성 외에도 다양한 생애주기와 젠더, 나이, 가족관계에 놓인 이들이 귀농‧귀촌교육의 주체로서 다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2. 사업 성과와 구조적 제약
가. 사업의 성과
1) 참여자의 만족과 변화
설문조사로 측정된 참여자 만족도, 추천 의향 등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보이는 등 참여자 만족도라는 성과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 간 활발한 정보 공유와 유대관계 형성되었고, 다른 세대의 여성과 긍정적인 교류를 하기도 하였으며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는 삶의 모델을 학습하고 확인하고, 일과 삶에 대한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이는 여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참여자 및 운영자들과의 유대 및 안정감, 농촌 여성의 삶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콘텐츠적인 부분, 그리고 시골언니 운영진(일상을 살아가는 시골언니의 환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2)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 증진 및 인식 전환
이 사업은 청년 여성의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 증진 및 인식 전환을 통해 농업·농촌 분야 진로선택 및 정착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귀촌을 탐색-이주-정착 등으로 단계 구분을 할 때, 이 사업은 탐색기 프로그램에 해당하며 사업 참여자가 사업으로 인해 직접 해당 지역으로 귀농‧귀촌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연구를 통해 이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를 확인하였다.
시골언니 프로젝트 경험 전/후 농촌 이미지 변화
설문조사를 통해 프로그램 참여 전 농촌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 정적인 것이었다면 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 동적인 것으로 변화하였음을 확인하였다. 프로그램 참여전에 비해 ‘다양한’, ‘새로운’, ‘친숙한’, ‘개방적인’, ‘안전한이라는 응답은 상향했고, ‘폐쇄적인’, ‘오래된’, ‘조용한’, ‘낯선’, ‘불편함’, ‘위험한’ 이미지는 하향했다. 프로그램 참여자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청년 여성들의 가장 큰 정서적 욕구는 ‘안전함’이었는데, 프로젝트를 운영한 현장운영기관 중심으로 해당 지역 여성들이 상호 지지적 공동체로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농촌에서도 지지적 관계망이 있다면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현장운영기관은 프로그램을 통해 농촌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고자 하였고 이러한 의도가 사업에 구현되어 참여자들의 농촌에 대한 이미지로 다양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농업에 종사하여야 하고 가족들의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농촌 여성이라는 박제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농촌에서 농업 외에도 다양한 직업과 도시와는 다른 관계 및 환경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농촌 여성의 삶을 목격함으로써 농촌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다. 이촌향도의 베이비부머 세대와 달리 농촌에 연고가 없는 지금의 도시 청년들은 농촌의 현재를 경험하기가 어려우며, 대중매체를 통해 농촌의 삶을 접하기가 어렵고 그 방식이 과거의 농촌에 매몰된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청년 여성이 대중 매체나 사적 관계를 통해 농촌에 접할 수 있는 계기가 적으므로, 관심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부담없이 그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공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의도가 유효했음을 사업 추진과 연구를 통해 확인하였다.
3) 귀촌 준비 및 의지 강화
시골언니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대부분 귀촌에 관심있는 도시 청년 여성들이 참여(사전 설문조사 92%가 귀촌에 관심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에 귀촌 의사의 사전 사후 변화 폭은 크지 않다.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종합할 때, 귀촌에 관심 있던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귀촌 탐색 과정에 돌입하거나, 귀촌 준비 의지를 갖게 되는 등 그 정도와 구체성에서 질적인 변화를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
참여자들은 농촌살이의 긍정 혹은 부정적이었더라도 몰랐던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발견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꼈다. 또한 이런 발견을 적극적으로 자기 삶에 접목시켜 새로운 일거리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구상을 할 때, 지역 탐색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기회를 만드는 참여자도 있었다.
4) 농촌 가치의 재발견과 농촌 여성의 자긍심 고취
한편 사업을 통해 도시-농촌 여성들 간의 지지적 관계가 형성되면서 시골 언니는 농촌에서 살아온 삶을 긍정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도시 청년은 농촌 살이에 필요한 공동체 문화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5) 농촌 여성들의 유대 및 역량 강화
현장운영기관은 사업을 통해 신사업을 개발하고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또한 운영자들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농촌 주민들이 지역과 자신의 삶을 재발견하고 자긍심을 가졌으며, 강사와 운영진으로 참여한 지역의 여성 인재가 발굴되고 역량이 강화되었다. 또한 사업 참여를 계기로 흩어져있던 지역 청년, 여성들 간 향후 사업을 도모할 수 있을 정도의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과거에는 사적 관계였다면 사업 참여를 통해 공적인 관계로 전환한 곳도 있었다. 또한 이러한 과정과 성과를 통해 지역사회에 단체와 여성 청년의 위상이 강화되었다. 여성 청년들의 활동이 정부 사업에 채택되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외부의 손님들이 지역을 찾음으로써 지역사회에 농촌 여성 주체의 위상이 제고되었다.
사업 참여를 계기로 현장운영기관과 해당 지역사회에 대한 홍보물, 언론 기사, 후기 등 자료 기록이 다방면으로 발신되었다. 또한 유사한 고민과 상황의 타 지역 현장운영기관과 교류의 물꼬를 틔웠다. 사업 과정에서 발주기관과 토론, 언론 인터뷰, 연구 등을 통해 농촌 청년 여성의 삶이 조명되고 이슈화 되는 공론화 되었다.
나. 구조적 한계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이러한 성과는 사업의 구조적 제약과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현재 시골언니 프로젝트에는 이를 촉진하는 특징도, 이와 모순되는 특징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업 현장의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큰 제약은 사업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기존의 귀농‧귀촌교육 사업 일환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기획되어 귀농‧귀촌교육사업을 집행하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을 통해 실행되었다. 이로인해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기획의도와 기존 귀농‧귀촌교육의 목표 사이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빈틈들이 존재했다. 기존 귀농‧귀촌교육은 전문 강사가 귀농‧귀촌과 관련된 표준화된 내용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교육 참여자 수와 교육 이수 시간과 같은 정량적 성과를 중심으로 관리된다. 하지만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경우 앞서 언급한 성과가 현장에서 발견될 수 있었던 데에는 전문 강사가 아니라 실제 시골에 사는 여성들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고, 참여자들과 수강생과 강사 간의 관계가 아니라 감정적 유대를 나누는 수평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장운영기관들이 성과목표에 맞춰 무리하게 다인원 참여자를 수용하거나 실제 시골의 삶과는 거리가 멀어도 학위나 경력을 중심으로 강사를 섭외할 경우 오히려 시골언니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인 ‘관계’가 해쳐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사업 진행 전반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총괄운영기관이 소통 및 사업 전반의 지원을 담당했지만 사업비 집행 및 정산, 사업 결과보고와 같은 행정적인 프로세스는 각 지역 현장운영기관들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개별적으로 소통하며 진행해야 했던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현장운영기관들이 사업 진행 과정에서 두 주체와 따로 소통해야 했다. 또한 시범사업으로써 예측하지 못했던 필요에 대응하며 사업지침이 중간에 바뀌거나, 프로그램의 틀이 변경되는 일도 있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현장운영기관 담당자들이 별도의 생업을 병행하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기에 이는 사업 진행 상에 큰 부담이 되었다.
다음으로 지역 현장에서의 인프라의 제약이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이주한 청년들이 주축이 된 현장 지역의 경우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숙소 문제 등을 해소할 지역 관계 자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경험해야 했던 에피소드가 여러 지역에서 드러났다. 귀촌하여 자리잡고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중장년층이 실행주체로 나서거나 적어도 지역 귀촌 청년들과 연결되어있는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런 어려움이 덜했지만, 많은 현장운영기관이 자체 운영하는 숙박 시설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과 숙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들이 역량을 발휘해 사적인 공간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구조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참여자들이 단기 체류 다음 단계의 귀농‧귀촌 체류를 원할 경우 연계할 자원이 해당 지자체가 귀농‧귀촌지원 정책을 가지고 있을 때 참여자들 중 시골언니 이후 다음 단계 프로그램이 연계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몇몇 예외적인 사례에 그쳤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청년 여성이 체류할 수 있을만한 귀촌 자원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농촌 지역 여성 주체를 발굴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었다. 기존 귀농‧귀촌지원 과정에서 여성들은 비가시화 된 돌봄과 관계적 지원을 담당했으나 공적 영역에 주체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운영 주체도 참여자도 여성으로 제한된 사업이 진행됨으로써 여성들이 주체로 드러나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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