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으로 청풍을 팔로우하다가 강화유니버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과거에 참여했던 잠시섬의 경험이 좋았다. 강화유니버스 11가지 가치관 포스터를 보고 매력을 느껴 뉴스레터도 구독하고 있다.
3주간 거주공간으로 제공된 용진주택이 마음에 든다. 도보나 자전거로 강화 읍내를 돌아다니기 수월하고, 인근에는 바로 성공회성당과 공원이 있다.
같이 지내는 작가들과는 아침 저녁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시간이 맞으면 같이 밥을 간단히 해먹는다.
매일 아침 산책, 조커피랩에서 커피, 오후에는 캐롤티하우스. 저녁에는 종종 스트롱파이어에 간다. 매일 가다보니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강화유니버스 스탭 집에 놀러가서 강화 로컬 가정식을 먹은 것, 성공회성당 신부님을 알게 된 것 등 재미있다.
레지던시에서 매일 일기 쓰기와 하기로 한 작업을 마음 내킬 때 틈틈이 하고 있다. 작업보다는 이 곳에서 재미있게 지내는 데 집중하려 한다. 충분히 그래도 되는 분위기이다. 해질녘 돈대에서 노을 보기, 자전거 타고 푸른 논두렁 달리기는 더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하게 한다.
타이트한 프로그램이 없지만, 강화유니버스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프로그램(강연, 워크숍)에 신청해서 참여하기도 하고, 투어 자리가 비었을 때에는 수시로 있는 잠시섬 투어에도 참여한다. 그 때 그 때 새로운 참여자들과 친구가 되어 루아흐 파스타를 같이 먹으러 가고, 밴댕이회무침을 먹기도 한다. 주말에 강화유니버스 사업단의 멤버의 집에 초대받아 같이 밥을 해먹었고,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과는 어쩌다보니 새벽까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동네에 아는 얼굴들이 생기다보니 마치 내가 로컬이 된 것 같다.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다가 생각난 친구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더니 주말에 강화도로 왔다. 친구 차를 타고 같이 통일전망대, 석모도, 동검도 등 안 가봤던 곳도 구석구석 다녔다. 다음 주말에는 엄마와 아빠, 여동생도 온다고 함.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 리스트업을 해서 코스를 짜느라 신이 났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디자이너로서 특출한 재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프리랜서로 이 일을 계속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남들에 비해 나는 멈춰있는 건 아닐까, 유학을 다녀와야 하나, 어디 취직을 해야 하나, 독립은 하고 싶은데 모아둔 돈도 없고.. 이런 걱정과 조바심을 갖고 있었다. 그 스트레스를 강화도에서 여유롭게 지내면서 잊게 되었다.
잠시섬 회고로 만난 연극하시는 분, 강화유니버스 사업단에서 뉴스레터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보니 나도 저렇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아둔 돈이면 인천 서울에서는 어렵지만 강화도에서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쉐어한다면 작업실을 겸한 주거공간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치안이 좀 걱정되지만 오밀조밀 이웃집이 인접하고 스트롱파이어도 가까운 강화읍내라면 용기 내어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꼭 강화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사는 것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강원도에 가서도 지내보고 싶다.
워크숍이 끝나고 서울로 가야하는 진행자 분은 곧장 자리를 뜨심. 워크숍에 참여한 세 분은 지역협력자A가 이야기한 밥집에 함께 식사하러 감.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즐거워 보임. 지역협력자A가 혹시 고기 먹냐고 묻더니 냉동 LA갈비를 유니버스사업단 A와 E, 나(연구자)에게 주었다. 같이 사는 두 사람은 채식을 해서 별로 안 먹게 된다면서. 한참 채식에 실패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남. 유니버스사업단 A와 E는 사이좋은 이웃 같은 분위기가 난다. 사람들에 대해서 살피는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주거워크숍 참관 기록)
자주하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