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년 이주 정착 지원 프로젝트 
<강화유니버스> 사례와 협동조합 청풍의 전략 연구
1-1. 연구목적
강화도의 이주청년 그룹 '협동조합 청풍(이하 ‘청풍’)'이 2021년에 행정안전부의 '청년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이하 ‘청년마을 사업’)'을 어떻게 활용하여 자신들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방식으로 풀어내었는지,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의 연구이다.

1-2. 주제 
‘강화 유니버스’(클릭)는 청풍이 행정안전부의 2021 청년마을 사업을 활용해 5-12월 동안 8개월 간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자기다운 삶의 방식을 지역사회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강화 내 외부 청년들이 접속하여 다양하게 교류하는 장이었다. 


1-3. 연구방법
본 연구는 강화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사례를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은 사례연구(case study)이자, 특정한 문제를 공통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당사자들과 협력하여 진행된 실행연구(action research)이다. 청풍은 강화유니버스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가 단기적인 이주 숫자 외에도 다양하고 새로운 구성원을 맞이할 환대의 정서를 가질 수 있을지, 이를 질적인 성과지표를 제안할 수 있을지 알고자 했다. 이에 강화유니버스 사업에서 이루어진 내용과 참여자의 경험을 조사 분석하여 그 답변을 위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실행연구, 사례연구를 강화유니버스 사업에 포함하여 진행하였다. 

1-4. 배경
협동조합 청풍(클릭)은 2013년부터 강화도에 이주하여 살고 있는 청년 그룹이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이 지역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영달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자기들의 삶을 품은 그릇인 지역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가능한 자원을 동원해 지역을 재발견하고 청년에 대한 환대기반을 만들기 위한 일들을 실행해왔다.
최근 그들이 인식한 과제는 지역사회를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로 변화시키는 것, 그리고 함께 지역을 바꾸어갈 동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러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청년 상인들이라는 인적 자원이 가시적으로 늘어났다. 청풍은 조직 내외부에 사람 자원이 모이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이 살기 좋은 지역을 함께 가꾸어 갈 주체가 있다는 희망도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강화로 오는 청년들이 있음에도 자신들의 경험상 아직은 충분히 정착해서 살아가기 좋은 여건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과 동료들이 이를 바꿔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청풍은 주변에 함께 할 동료들과 일상에서의 교류로 친분을 쌓아가면서도, 상호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재미있게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도모해왔다. 8년동안 살아온 청풍이지만 강화도는 아직 청년이 살기에 충분한 기반을 갖추지 못했고 그러한 기반을 만드는 일은 청풍 단독으로 할 수 없으며 지역사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규모있는 자원과 공통의 경험을 갖고자 청년마을 사업을 활용하고자 했다.
청풍은 2019년과 2020년 청년마을 사업에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시고, 2021년에 행안부의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에 다시 지원하여 선정되었다. 세 번의 기획서를 쓰는 과정에서 청풍은 지역사회 내외부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강화군을 설득하고 협상하기도 했고,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지지를 보내줄 주체들에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지지를 얻는 등 좀 더 예전보다는 가시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갔다.
또, 사업의 기획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하기 위하여 관련 연구를 한 외부의 연구자들과 협업하면서 협동조합 청풍의 스토리를 확인하고 사업기획을 다듬었다. 청년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의 특성상 지자체의 협력 의지가 중요한 심사기준이지만, 강화군이나 인천시는 의미있는 지원이나 협력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에서 협동조합청풍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경험적 노하우와 지역사회 내·외부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계획하였다. 


1-5. 강화유니버스 사업 기획
강화 유니버스 사업은 지역살이에 관심있는 청년들, 강화도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생업을 꾸리고 있는 청년상인들과 접촉할 수 있는 다양한 접점과 장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사업 내용은 청년의 지역이주 필요기반에 대한 선행연구(듣는연구소, 2019)를 반영하여 청년이주의 탐색기-이주기-정착기 단계에 따라 관계/생계/공간/정서라는 기반요소를 적절히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강화유니버스사업은 강화와 접속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타깃으로서 창작자에 집중하여 이들이 강화도의 여러 자원과 연계되어 작업하는 프로그램들을 구성하였고(스펙터클 유니버시티 썸머세션, 강화로 간 싱어송 라이터, 리서치 아일랜드, 컨택트 아일랜드, 시골가게 콜라보 등) 그 외 지역에 살고있는 청년 상인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삶과 생업을 이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들(로컬 라이프 스타일), 지역이주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살아본 청년들과 관심있는 외지 청년들이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강화 라이프 가이드, 잠시 섬 회고, 주거 워크숍)을 마련하였다.

사업에 선정되고 나서 청풍은 빠르게 사업단을 꾸렸다. 대규모의 사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면서도 사업단의 일자리를 통하여 강화살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강화살이에 관심이 있는 창작자와 대안학교 출신 청년들을 중심으로 사업단을 꾸렸다.
2. 강화유니버스 사업 추진 특징
2-1. 가치관의 언어화
강화유니버스 프로젝트는 열한 가지 세계관과 함께 시작되었다.
  • 로컬: 지역을 아끼고 존중합니다.
  • 주체성: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 존중: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합니다. 우리 모두 서툴다는 것을 인정하고, 도우며 살아갑니다.
  • 다양성: 각자의 개성을 멋지게 바라봅니다.
  • 소통: 다양한 세대와 만납니다. 수평적인 소통을 지향합니다.
  • 재발견: 미처 몰랐던 아름다움이 발견되는 곳입니다.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특별한 경험으로 만듭니다.
  • 생태: 생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 환경: 개개인의 작은 환경실천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 안심: 편안하게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 즐거움: 재미있는 일을 함께 도모합니다. 동네 이웃들과 잘 놀겠습니다.
  • 연결: 유니버스 속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된 이웃입니다.
이는 기획 초기 청풍의 구성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강화유니버스 사업단과 그 내용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가졌다. 이후 강화유니버스의 모든 프로그램에 앞서 발표되었고, 다양한 실행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꾸준히 다양한 방식으로 재발신되며 강화유니버스의 전체적인 인상을 담당했다.


기존 청풍의 활동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나던 가치관을 명확한 규범적 언어로 공표한 것은 새로운 시도로써 기존 지역사회의 문화와 이질적이라는 점에서 긴장을 자아낼 수 있는 요소다. 개인의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공동체로서 함께 하기 위한 관계의 기술로 ‘존중’과 ‘안심’, ‘재발견’이 제안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서로 편안하게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하고(안심), 서로의 서투름을 이해하고 도우며(존중), 기존의 경험에 근거해 판단하기보다는 지역사회에서 경험하는 관계나 풍경,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재발견’할 때 이주 청년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안전한 새로운 관계가 생성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2-2. 자원과 매개 기술
강화유니버스 사업단은 호스트가 아니라 매개자 역할을 했고, 참여자들이 유니버스의 적극적 주체로서 활동하도록 판을 짜고 움직이게끔 다양한 매개전략을 사용했다. 기존에 청풍이 보유한 자원(청풍은 2017년부터 강화대교와 가까운 길목에서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민박’과 로컬펍 ‘스트롱파이어’를 운영했고 이후 강화읍에 로컬 기념품샵 ‘진달래섬’이라는 공간을 열며 지역을 재발견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아카이브 하는 사업을 해왔다. 이는 오랜 역사가 남아있는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콘텐츠 시장이 크지 않은 농촌지역에서 물적 자본을 축적하기에 적합한 사업은 아니다. 섬과 육지의 길목에서 꾸준히 강화 안팎을 연결해 온 청풍이 축적해 온 자원은 위와 같은 소프트웨어 자본에 가깝다.)에 강화 유니버스 사업을 통한 자원들(언어, 채널, 프로그램, 관계)을 긴밀하게 연결하였다. 
사진: 아삭아삭순무민박
사진: 아삭아삭순무민박
표: 강화유니버스의 매개기술
표: 강화유니버스의 매개기술

이를 통해 강화유니버스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문화의 공동생산자가 되도록 강화 외부의 청년들을 동료로 초대하고 활동하게끔 판을 기획하고 움직였다. 강화와 접속하여 상호 생산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타깃으로 창작자에 집중하였다. 멤버쉽이라는 개념을 통해 물리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강화도에 있는 사람 뿐 아니라 어디에 있든지 강화유니버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뉴스레터나 SNS, 유투브 등을 통해 구독하며 느슨한 연대감을 갖는 커뮤니티를 형성하였다.
2-2. 사업단의 일
현재 청풍의 구성원은 5명이고 강화유니버스 사업단은 그에 여섯 명을 더해서 총 열 한 명이 함께하는 팀이다. 새로 사업단에 합류한 멤버들은 이전에 청풍의 창작자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경험했거나, 다른 프로젝트에서 협업했던 경험이 있었던 이들이다. 강화유니버스 프로그램이 공급자 중심으로 확정된 프로그램을 일방향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과 참여자들의 맥락에 유연하게 부합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사업단 구성원들은 강화유니버스에서의 일과 삶, 동료 관계와 이웃 관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환경에서 일해야 했는데, 사업이 참여자들의 상황에 맞춰 가변적으로 진행되면서 업무의 불안정성이 높아졌지만, 업무 과정에서 서로의 부족한 점은 이해하는 ‘안심’, ‘사람우선’, ‘힘빼기’ 등의 조직문화와 어려움은 함께 나누는 공동체적 팀워크를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2-3. 참여자가 재생산하는 장
강화유니버스의 구성원들(사업단, 참여자, 협업자)은 직원, 서비스 소비자, 비즈니스 파트너와 같은 도구적 역할로 위계화되어 구분지어지기보다, 강화유니버스의 연결된 이웃으로 공존하는 관계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참여자에 따른 다종 다양한 매개 기술의 사용에서도 확인된다. 강화유니버스 사업단은 참여자들에게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낮은 수준의 공유부터, 강화도 지역사회로의 초대, 장기적인 신뢰 관계의 축적까지 참여자의 맥락에 적합한 관계맺음을 수행하였다. 강화유니버스 참여자들은 스스로 생산자가 되어 강화유니버스를 만들어나가고, 또 매개자가 되어 자신의 네트워크를 초대하거나, 자연스럽게 참여자 간 관계를 재생산해나갔다. 강화유니버스는 행정안전부 청년마을만들기 사업과 청풍의 기획으로 시작되었지만 초기 설계자들에 의해 통제되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참여자들이 스스로 매개자이자 생산자가 되어 다양한 활동과 관계를 재생산하며 외연을 확장시키는 양태를 보여주었다. 사업단 역시 참여자들의 높은 주체성을 실감하며 마지막 참여형 프로그램을 당초 구상했던 컨퍼런스 대신 ‘홈커밍 위크’로 진행하였다. 이는 강화유니버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참여자들이 호스트가 되어 친구를 데리고 강화를 탐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3. 강화유니버스에서 일어난 현상
3-1. 참여자의 이야기
<탐색기 청년 ‘정소라’의 퍼소나의 강화유니버스 경험 스토리>
  • 32세, 여, 서울 거주, 디자이너
  • 채식지향
  • 과거 잠시섬 참여 경험 있음, 인스타로 청풍 팔로우.
  • 프리랜서 디자이너, 가족과 함께 살고 있음, 독립의 욕구 있음
  • 국내외 여행을 좋아함
인스타그램으로 청풍을 팔로우하다가 강화유니버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과거에 참여했던 잠시섬의 경험이 좋았다. 강화유니버스 11가지 가치관 포스터를 보고 매력을 느껴 뉴스레터도 구독하고 있다.
3주간 거주공간으로 제공된 용진주택이 마음에 든다. 도보나 자전거로 강화 읍내를 돌아다니기 수월하고, 인근에는 바로 성공회성당과 공원이 있다.
같이 지내는 작가들과는 아침 저녁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시간이 맞으면 같이 밥을 간단히 해먹는다.
매일 아침 산책, 조커피랩에서 커피, 오후에는 캐롤티하우스. 저녁에는 종종 스트롱파이어에 간다. 매일 가다보니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강화유니버스 스탭 집에 놀러가서 강화 로컬 가정식을 먹은 것, 성공회성당 신부님을 알게 된 것 등 재미있다.
레지던시에서 매일 일기 쓰기와 하기로 한 작업을 마음 내킬 때 틈틈이 하고 있다. 작업보다는 이 곳에서 재미있게 지내는 데 집중하려 한다. 충분히 그래도 되는 분위기이다. 해질녘 돈대에서 노을 보기, 자전거 타고 푸른 논두렁 달리기는 더 다채로운 색채를 사용하게 한다.
타이트한 프로그램이 없지만, 강화유니버스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프로그램(강연, 워크숍)에 신청해서 참여하기도 하고, 투어 자리가 비었을 때에는 수시로 있는 잠시섬 투어에도 참여한다. 그 때 그 때 새로운 참여자들과 친구가 되어 루아흐 파스타를 같이 먹으러 가고, 밴댕이회무침을 먹기도 한다. 주말에 강화유니버스 사업단의 멤버의 집에 초대받아 같이 밥을 해먹었고,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과는 어쩌다보니 새벽까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동네에 아는 얼굴들이 생기다보니 마치 내가 로컬이 된 것 같다.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다가 생각난 친구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더니 주말에 강화도로 왔다. 친구 차를 타고 같이 통일전망대, 석모도, 동검도 등 안 가봤던 곳도 구석구석 다녔다. 다음 주말에는 엄마와 아빠, 여동생도 온다고 함.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 리스트업을 해서 코스를 짜느라 신이 났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디자이너로서 특출한 재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프리랜서로 이 일을 계속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남들에 비해 나는 멈춰있는 건 아닐까, 유학을 다녀와야 하나, 어디 취직을 해야 하나, 독립은 하고 싶은데 모아둔 돈도 없고.. 이런 걱정과 조바심을 갖고 있었다. 그 스트레스를 강화도에서 여유롭게 지내면서 잊게 되었다.
잠시섬 회고로 만난 연극하시는 분, 강화유니버스 사업단에서 뉴스레터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보니 나도 저렇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아둔 돈이면 인천 서울에서는 어렵지만 강화도에서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쉐어한다면 작업실을 겸한 주거공간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치안이 좀 걱정되지만 오밀조밀 이웃집이 인접하고 스트롱파이어도 가까운 강화읍내라면 용기 내어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꼭 강화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사는 것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강원도에 가서도 지내보고 싶다.

3-2. 참여자의 경험 분석
이런 셋팅에서 발생했던 강화유니버스에 참여한 사람들의 경험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독립이나 자기 생업을 찾는 생애주기에 놓인, 보다 자기다운 삶을 살고자하는 욕구가 있는 청년들이
  • 강화도라는 기회/위험/결여를 가진 지역적 여건을 지닌 곳에서
  • 강화라는 물리적 공간, 혹은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고 논의하고 모색하는 장을 함께 만들도록 접속의 기회를 제안받아
  • 강화유니버스에서 형성한 ‘안심’과 ‘여유’가 조성된 분위기 속에서
  • 다채로운 프로그램이나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기존과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자신의 변화를 성찰한다.
  • 이 과정에서 적극성, 개방성이 확대되어 강화유니버스에서 문화를 공동으로 생산하며 이를 통해 다양성이 발생하고, 개인은 용기와 활력을 얻는다.
  • 기존 청풍이 단독으로 쌓아왔던 네트워크보다 규모적으로 확대된 청년에게 우호적인 지역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강화유니버스에 공감하며 함께 활동을 도모해 볼 수 있는 강화 내외부의 동료가 발굴되고 확대되었다.
강화의 청년 이주와 관련하여 확인한 긍정적인 가능성은 세대를 막론하고 청년의 이주를 지지하며 강화가 개방적인 지역이 되었으면 하는 이들은 자신과 다음세대를 생각하며 강화의 지역살이 기반을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인식을 요하는 점이다.


3-3. 강화유니버스 장의 성격
강화유니버스 ‘장’의 성격은 일반적인 정책사업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의 일방향적인 상호작용이 아니라, 참여자들 간 상호작용, 그리고 프로그램에 셋팅되어 있는 여러 자원과 참여자들 및 사업단 간에 활발한 교류와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강화유니버스라는 장은 모든 참여자가 공동으로 생산하는 상호작용과 관계망의 확장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참여자와 매개자, 호스트의 위계나 경계가 없이 어우러지는 커뮤니티적인(그러나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쉽게 어울리는) 강화유니버스의 일상적인 분위기는 다음의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워크숍이 끝나고 서울로 가야하는 진행자 분은 곧장 자리를 뜨심. 워크숍에 참여한 세 분은 지역협력자A가 이야기한 밥집에 함께 식사하러 감.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즐거워 보임. 지역협력자A가 혹시 고기 먹냐고 묻더니 냉동 LA갈비를 유니버스사업단 A와 E, 나(연구자)에게 주었다. 같이 사는 두 사람은 채식을 해서 별로 안 먹게 된다면서. 한참 채식에 실패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남. 유니버스사업단 A와 E는 사이좋은 이웃 같은 분위기가 난다. 사람들에 대해서 살피는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주거워크숍 참관 기록)
4. 강화유니버스와 지역사회의 상호작용
4-1. 가상의 공간, 실재의 변화
강화유니버스는 자기다운 삶의 방식을 지역을 통해 구현하고자하는 강화 내·외부 청년들이 접속하여 교류하는 장이었다. 사업단은 안전하고도 매력적인 상호작용의 장을 만들고 강화 내부의 주체들을 큐레이션(curation) 하여 강화 외부 청년에게 소개하였다. 이 장에서 참여자들은 강화유니버스 가치관이라는 명확한 접점을 가지고 상호 작용하면서 여유와 쉼, 자아 탐색, 환대의 네트워크, 새롭고 확장되는 관계맺음의 경험, 성찰하고 성장시키는 일 경험을 얻었다. 이를 통해 용기를 얻고 지역사회를 자기 삶과 좀 더 연결하여 사고하게 되었다.
이처럼 7개월 동안 일시적으로 펼쳐진 청년에게 안전하고 매력적인 교류 공간인 강화유니버스는 실재(實在)하는 강화도와는 다른 공간이다. 물리적 공간인 강화도는 강화유니버스만큼 청년에게 안전하고 다양함이 보장된 곳 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환대와 평화의 경험’이 펼쳐지는 가상의 공간이 이뤄지는 동안 물밑에서 강화유니버스 사업단은 ‘현실의 험난함’과 직면하고 해결해나가는 일들을 해 나가기도했다.
강화에 사는 청년들 중에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나 위험 요소를 느끼고 이런 것들이 바뀐다면 좀 더 살기좋은 지역이 될 것이라는 바람이 있었다. 청풍과 대안학교 졸업생들이 중심이 되어 이러한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행안부 청년마을사업을 활용하여 지역 문화를 변화시켜보고자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강화유니버스가 보여준 세계는 실재의 강화도라기보다 청년들이 살고 싶은 지역사회를 구체적인 물적 공간인 강화도를 매개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가상의 공간’을 경험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참여자들의 “롤플레잉 게임”같고 “워킹홀리데이 같다”는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가상의 공간, 사회적공간은 물리적 강화도에 영향을 미친다. 강화유니버스가 직접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어보려는 목적으로 기획한 사업들은 아니었지만,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지역협력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사회 주체들을 초대하고 경험하게 함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어내는 일련의 활동이 전개되었다. 강화유니버스 가치관 소개, 포스터 부착, 프로그램이나 회고에서 이뤄진 외부 청년들과의 접촉과 대화, 인터뷰나 강의로 자기 삶을 발화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이루어진 성찰,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 의무로 수강해야 했던 성평등 교육 참여 등은 지역 주체의 성찰과 인식변화는 ‘교육’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지역협력자로 자기에게 맡기어진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지리학자와 사회학자들은 물리적 공간과 별개로 사회관계가 일어나고 있는 어떠한 순간이나 장을 ‘사회적 공간’으로 설명한다. 물리적 공간인 강화도는 그 사람이 지닌 사회 문화적 자본과 맺어온 관계망에 따라 여러 사회적공간이 존재한다. 평소에는 각자의 사회적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때때로 협력하거나 협상하거나 갈등을 빚을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농촌 지역에서는 출신(태생 여부, 원주민이냐 이주자냐)이 마치 ‘계급’처럼 작용하고,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가 강하며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가 도시에 비해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된다. 강화로 이주한 청년들은 안심, 존중, 다양성이 있는 강화도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고 강화유니버스를 통해 그러한 지향을 담은 사회적공간을 형성하여 참여할 사람들을 모아냈다
이러한 활동 중에 강화유니버스는 강화의 다른 사회적공간들과 접촉했다. 청년이 지역에서 살기 위한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일에 관심사가 있었던 마을공동체와 ‘청년 응원기금’을 접점으로 만났는데, 같은 주제에 대해 노력하는 주체이지만, 지역에 정착하여 물적 기반을 이루고 있는 시니어그룹과 상대적으로 물적·사회적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지역의 위계 질서에서 약자에 있는 청년그룹이 가진 정서적 차이가 존재했다. 시니어 중심의 사회적공간에 속해있던 청년이 자신의 목소리를 발화하기 어려웠는데, 강화유니버스에서는 사회적공간 대 사회적공간의 동등한 교류 형태(청년이 마을에 대한 강의 형식)에서 소통할 수 있었다. 
4-2. 정서적 기반 만들기
물적 인프라가 부족한 여건에서 청풍은 2021년 청년마을 사업을 통해 당장 필요하고 자신들이 주어진 자원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써 정서적 기반을 만들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물질과 정책 인프라 투입은 많지만 지역사회 주민과 주체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질 자원이 투입되었을 때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관계나 정서 기반을 해친다는 것을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다. 협동조합청풍은 2023년 강화도로 이주한 지 10년차를 맞이한다. 이들은 지역에서 삶 기반이 공동으로 형성되기까지 "최소 20년은 걸리고, 자신들은 이제 절반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일은 단기적인 성과를 요하는 사업(공적인)과 같은 성격이 아니라 (사적인 관계와 생활도 포함하는) 생활의 과정이므로 "긴 호흡"으로 나와 주변을 살피며 "적절한 속도감"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오랫동안 강화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풍과 강화유니버스 멤버들이 겪은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체득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성차별적인 상황,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차이나 해결의 어려움 등을 겪으면서 지역에서 청년이 살아가려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 그리고 외지 청년들을 초대했을 때에도 안전함을 느낄 지역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은 청풍이나 강화유니버스 사업단 뿐 아니라 청년들과 대면할 지역 사회의 여러 주체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할 과제였다. 이를 위해 청년마을 사업과는 별도로 지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한 브로셔(링크)와 지역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처하는 가이드북(링크)을 발간하여 지역에 배포하기도 했다.


4-3. 강화유니버스 내부의 다양성
청년마을 사업이 강화유니버스라는 형태와 내용으로 기획된 배경에는 협동조합 청풍 멤버 구성의 다양성과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청풍은 초기 남성 4인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타지 출신의 여성 멤버를 비롯해 작년부터 합류한 강화도의 대안학교 출신의 청년도 구성원이 되었다. 성별, 연령, 출신, 경험의 변화는 강화도에서 살아가는 일상 생활에서의 경험, 맺는 관계망, 지역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풀어나가는 감각에 있어서 다양성을 부여했다. 멤버들이 지역에서 살면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논의하고 대응책을 세워나가면서 자신이 직접 겪지 않는 일이라도 청년의 지역살이에서 맞닿는 다양한 문제에 함께 나서게 되었다. 이러한 점이 조직 내부의 문화나 규범 등으로 쌓여오면서 강화유니버스 사업에서는 가치관으로 명확하게 언어화 되었다.
청풍은 몇 해 전부터 대안학교를 졸업한 청년들과 조우하게 되면서 그들이 직면하는 지역의 녹록치 않은 삶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들과 동료가 되면서 30대 중반의, 사회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이주 청년과는 또 다른 위치와 어려움을 겪는 초기 청년들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이렇게 구성원이 확대되면서 관심사와 소통하는 주체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외부 사람들에게도 “예전에는 청풍이 자기 생존이 우선과제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크게 줄기 하나를 세워가는 느낌”(지역주민 B)으로, “지역에서 오래 살아가려면 기성세대 주민들이 갖고 있던 가치관과 충돌하는 지점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은 쉽게 타협하기 어려운 사회적가치이기 때문에 청풍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과제일 것”(지역주민 A)으로 읽히기도 한다. 
사진: 강화유니버스 사업단
사진: 강화유니버스 사업단
4-4-. 낮은 수준의 조직화: 교량적 사회자본 형성
마을 단위로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주민 구성원들이 해 나가야 하는 전통적 공동체, 시골의 공동체와 달리 현대사회의 공동체는 분업화된 사회에서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강화도가 농촌 지역이지만 청풍이 자리잡은 강화읍은 어느 정도 도시적인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공동체적인 활동이, 특히 청년 상인들에게는 익숙하거나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지역협력자 중에 강화유니버스에 참여하기 전에 청풍과 협업을 하거나 지역사회의 일에 참여한 이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청풍과 친교 관계였다. 이들과는 친분 혹은 재미나 이익을 매개로 협업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공적인 이야기나 일을 함께 도모하기에는 공감대나 여건이 형성되지 않은 단계였다. 개인의 생업을 영위하던 개별 주체들을 ‘이주 청년’이나 ‘강화의 생업 청년들’ 혹은 ‘강화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공통성을 발견하고 묶어내며 우리의 감각을 만드는 행위, 그리고 나아가서 당사자들만의 결속이 아닌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자각하고 행동하는 데 까지는 별도의 공동체적 활동을 요하게 된다. 이런 활동을 전통적인 지역활동의 언어에서는 ‘마을만들기 활동’ 혹은 ‘조직화 ’라고 하고, 그런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는 주체를 ‘네트워커’라고 하는데 청풍은 그러한 역할을 해 온 셈이다. 그 활동은 사회구성원들의 유대감과 협력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신뢰, 규범 등의 사회적자본을 형성하는 일이다. 
퍼트남(2009)은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자본을 결속적 사회자본(bonding social capital)과 교량적 사회자본(bridging social capital)으로 구분한다. 종친회나 동문회와 같이 집단의 내부적인 결속과 의무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결속적 사회자본이라면, 호기심 속에서 개방적으로 이방인을 대하고 신뢰하며 협력관계를 수립함으로써 그들을 사회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교량적 사회자본이다. 지역사회를 낫게 하는 공동체적인 활동, 시민력을 발전시키는 것은 결속적 사회자본이다. 물론 결속적 사회자본이 잘 형성된 곳에서 교량적 사회자본도 강하게 형성된다고 한다
전통적인 마을만들기 과정에서는 지역 주민 간 유대감이나 사회자본의 형성이 워크숍이나 교육, 선진지 탐방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강화유니버스에서는 그런 방식보다는 각 주체가 강화유니버스에서 호혜적인 참여나 협업을 제안받아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성찰이 일어나는 접근을 시도했다. 또한 선진지를 탐방하는 대신 타 지역에서 사람들을 강화도로 불러모은 다음 가상의 공간 · 사회적 공간을 형성하여 그 곳에서 ‘지역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였다. 이로써 다음의 활동을 제안하는 주체들이 많아지고 청풍이 아니더라도 지역사회에서 활동을 펼칠 기획과 제안의 주체가 다양해졌다. 


4-5. 지역과 자기 서사의 연결
강화유니버스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을 지켜본 강화유니버스 사업단 B는 지역협력자와 프로그램 참여자 등 모두에게 “자신의 삶 서사에 지역이 들어오는 과정이었다”고 표현했다. 강화도에 대한 애착이 아니더라도 지역살이라는 것이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에서 중심적인 의제였는데,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창작활동의 배경으로서 지역 살이를 상상하거나 체험했고, 지역협력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면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삶을 성찰하면서 지역과 자신의 삶의 관계를 연결시켰다. 
“강화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학교 인근 외에는 강화도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았던” 이들이 강화유니버스 사업단에서 활동하는 동안 강화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살이를 주제로 한 대화를 강화 내외부의 청년들과 나누면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이 지역사회는 어떠한 곳인지에 대해서 보다 깊이있게 성찰하게 되었다. 이처럼 지역에 대한 탐색과 자신에 대한 성찰, 지역과 자기 삶을 연결할 기회 (관계, 경험, 자원들)를 통해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지역을 재발견’하는 것은 지역에 대한 애착이나 지역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지방에서 성장한 청소년과 청년이 그 지역에서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주 정책과 사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를 위한 ‘이주기’의 셋팅은 단순히 지역에 ‘체류’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지역의 재발견 기회를 결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4-6. 향후 과제: 물리적 기반과 결합
올해 강화유니버스가 결과적으로 정서적, 관계적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하였는데 이유는 정서적 기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사업단의 판단도 있었지만, 이주 청년의 생업을 만드는 일은 지역의 물적 기반 없이 단기간에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청풍은 그들이 답사하고 개인의 비전을 지역사회 비전과 연결시켰던 미국의 창의적 지역 포틀랜드(Portland)처럼, 강화도가 세대적 계승이 일어나는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기반 뿐 아니라 물질적 기반의 변화를 요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강화유니버스 참여자들의 이야기에서 여전히 청년의 지역이주에 중요한 요건은 생업과 생계의 다양성과 안정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강화도의 청년마을사업 지원 경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시사점은 공공을 비롯하여 지역사회 여러 주체의 제도나 물질적 인프라 투자와 결합되지 않고 청년 당사자 그룹이 독자적으로 생업이나 생계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향후 강화도의 공공과 여러 주체가 협력하여 지역사회에 여러 주체가 포용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 과제이다.
세대의 경험 및 가치관과 서로가 처한 입장에는 차이가 있지만, 연구에서 발견한 연결고리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지역에 이주하여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지역주민 B와 C는 자녀 세대를 위한 일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늘 궁리하고, 자신의 이주 정착이 당면과제였던 협동조합 청풍의 멤버들은 대안학교를 갓 졸업하고 강화도에서 자리 잡기 위한 청년들을 보면서 지역 활동을 하고, 대안학교 졸업생들은 후배 재학생들을 생각하며 학교와 마을 어른들 앞에서 어려운 이야기를 하러 나섰다. 이렇듯 내가 아닌 남, 특히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나 지역사회를 염려한다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지역의 다른 주체와 협력을 넓혀갈 여지가 있고, 그러한 취지에서 강화유니버스는 ‘청년응원기금’을 조성하였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활동에 대한 지역사회 주민이나 공공의 인식, 인정이 부족한데, 더 다양한 주체가 각자 자신과 관여된 일에서 이러한 활동을 접함으로써 청년을 비롯하여 누구든 살기 좋은 지역 기반을 다지는 일에 관심과 인식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5. 의의와 제언
강화유니버스 사업은 청년이 살고싶은 지역사회에 대한 대내외적 비전 제시(그것은 이전 세대가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살기좋은 지역에 대한 정서나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지역살이와 강화도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 제고와 '관계인구' 형성, 참여했던 지역 주체들을 중심으로 한 주체화가 이루어졌다는 의의가 있다. 청년의 지역 이주와 정착에 대한 선행연구에 비추어보았을 때 지역살이에 필요한 기반요소 중 정서적 기반과 관계 기반을 형성하는 데 집중하였고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다.
정서적 기반은 청년의 지역 이주를 가로막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정책적, 물적 투여로 형성하기는 어려운 성격의 기반이다. 이는 청년 당사자 주체가 형성하기에 다른 주체보다 강점이 있는데, 단순히 수요자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효과적으로 타깃에 어필할 수 있다는 기획과 운용상 이점 뿐 아니라 동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이들에게 당면한 주요 과제라는 점에서 동기부여나 관계맺음의 질적 차이를 가져온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 입장에서는 단순한 인구 확장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활동성을 가진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청년이 살기좋은 마을을 만든다는 정책사업의 취지에 맞는 사업 운영주체로써 그 지역에 이주한 청년 당사자그룹을 선정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고령화된 지역사회에서 문화적으로 마이너이거나 위계상 약자인 청년에게, 의지를 가진 주체에게 자원과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오랜 시간 청년세대와 접촉하지 못해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감각을 잃은 '소멸위험' 지역사회가 다양한 세대를 안을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갖추게 된다는 장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화유니버스 사례는 강화도와 이주 청년 당사자의 맥락 속에서 관계와 정서 기반을 핵심으로 한 청년 이주 지원 정책이 어떻게 수행되는지를 보여준다. ‘강화유니버스 사례’는 강화도와 협동조합 청풍의 고유한 맥락 속에서 나타난 사례로서 타 지역에 복제하여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타 지역에서 청풍이라는 주체 없이 ‘제2의 00 유니버스’를 표면적으로 진행하여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이 사례의 긍정적인 성과들이 담보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우리는 연구참여자들의 구체적인 목소리에서 도출된 의미있는 경험들을 따라가면서, 독립과 생업의 문제 앞에 놓인 청년 세대와 활력을 잃은 농촌 지역 사회가 안전하고 즐겁게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와 관점, 접근법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향후 타 지역이나 정책에서 청년을 위한 정서 기반 및 관계 기반을 구축하고자 할 때 이러한 관점에 기반하여 현황을 재정의하고 재해석한다면 또 다른 유의미한 사례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만들기 지원사업에 참여한 각 주체들마다 해당 지역의 배경, 청년 주체가 가진 역량과 자원 및 당면한 니즈를 결합하여 각각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풀어냈다. 상업적 역량, 사회적경제 기반, 지자체의 협력, 문화자본 등 다양한 자원을 가진 주체들은 그것을 가장 효과적을 활용하면서도 해당 지역과 자신들에게 당면한 과제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활용하였다.
청년이 처한 상황과 어떠한 삶을 살고싶은지에 대한 욕구는 다양하고 그에 따라 지역 이주를 지원하는 방식은 다양할 필요가 있다. 지역으로 이주를 원하는 청년 중에서 안정적인 일자리와 생활공간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고, 보다 자율적으로 탐색의 시간을 보내기에 적절한 이주기를 원하는 청년도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나 공공기관 유치, 주택단지의 건설 등을 통해 젊은 인구를 유입하려고 하는 정책을 펼치는 주체도 있고, 강화유니버스를 비롯한 청년마을 사업처럼 지역사회 관계망과 청년의 결합을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이 사례의 시사점은 청년의 개인 맥락과 욕구와 이주 정착 지원 프로그램이 서로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잘 매칭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청년의 이주 정착 지원을 위한 생계 기반은 각 사업의 운영 주체 뿐 아니라 그 지역사회의 산업 여건과 물적 인프라 등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종합적으로 지원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업의 기반을 만드는 데에는 관계기반이나 정서기반에 비해 상당히 규모있는 물적 투자, 지역사회 산업 전반의 흐름을 조성하는 공적 자원, 여러 주체의 협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강화유니버스 프로젝트는 협동조합청풍이라는 청년 이주자 그룹이 거의 단독으로 보유한 자원과 역량에 의해 추진되었기 때문에 사업비가 투입되었을 때 청년 주체가 조성할 수 있는 청년 이주 정착 기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사례에는 행정안전부의 규모있는 예산이 투입되기는 했지만, 협동조합 청풍이라는 청년 이주자 그룹이 거의 단독으로 보유한 자원과 역량에 의해 추진되었기 때문에 조성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이 많지 않았다. 청년에게 있어 독립과 정착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인 생업의 기반을 만드는 데에는 규모있는 물적 투자, 지역사회 산업 전반의 흐름을 조성하는 공적 자원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기초 및 광역 단위의 행정과 민간의 다양한 주체들, 세대를 넘나드는 지역사회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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